엄마는 내가 여덟 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한 번도 “네 엄마가 그랬지”라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 흔한 엄마 얘기 한 마디 없이,
그냥 그렇게 아버지는 ‘나 하나’에 모든 걸 쏟으셨다.
“어미 없는 자식 소리 듣게 하지 말아야지.”
그 말 한마디가,
아버지가 나를 대하는 모든 방식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말했다.
“공부? 잘 안 해도 된다.”
그러면서도 상장은,
“이런 어정쩡한 건 상도 아니다.” 하며 툭 치워버렸다.
그땐 그게… 꽤나 큰 상처였다.
웃겼다. 잘 안 해도 된다면서,
‘제대로’는 해야 한다는 그 말 없는 기준.
싸움도 괜찮다 했다.
남자니까.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상처도 나고, 멍도 들면서 그렇게 크면 된다고.
친구들 아버지는
다정했고, 점잖았고,
종종 웃기도 했다.
우리 아버지는
무뚝뚝했고, 거칠었고,
“왜 못 이겨?”라는 말이 응원 같았던 사람이다.
그때는…
그게 왜 그랬는지 몰랐다.
엄마 없이 자란다는 걸
누군가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그 묵묵한 싸움의 방식이었다는 걸.
아버지는 자신도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몰랐기에
내가 ‘부모 없이도 살아낼 수 있는 아이’가 되길 원하셨던 거다.
세상 앞에서 주눅 들지 않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게.
지금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강하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게 하고 싶은 마음.
그건 똑같다.
하지만 표현은 다르다.
칭찬은 확실하게.
그리고,
아이에게 숙제를 알려주기보단 힌트를 주고 기다린다.
밥을 차려주기보단 조리법을 알려주고 지켜본다.
결국 스스로 해내는 법을 알게 하되,
그 과정에 혼자는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려고 한다.
부모라는 존재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또는 그 이후에도
늘 곁에 있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아이들이 스스로 단단히 설 수 있기를.
그래,
나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조금 다르게, 더 다정하게 닮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설명서를 읽는 중이다.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그 시절의 말투,
서툴지만 진심이었던 그 사랑의 방식.
그걸 내 방식으로,
천천히… 이해해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아버지의 설명서를 한 장씩 넘기며,
내 아이의 설명서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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