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둘째가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
쫄보처럼 살금살금 페달을 밟다가,
어느 순간 신이 나서 “아빠, 나 봐봐~!” 외치는 모습.
그걸 보고 있으면
문득, 첫째가 처음 두 바퀴 자전거를 탔던 날이 떠오른다.
혼자 못 타겠다고 울먹이며 손 꼭 잡아달라던 녀석.
그러다가 “절대 놓지 마!”라고 외치면서
뒤를 안 보던 녀석.
그런데, 그 뒤를 아빠가 이미 놓고 달려가던 그 장면.
기억나네.
그때 아이의 얼굴엔 두려움 반, 신남 반이 가득했지.
그러다,
그 모습이 내 어릴 적으로 겹쳐진다.
어느 날, 아버지가 자전거를 끌고 오셨다.
한동안 혼자 쓰러지고 다쳐가며 배웠었지.
아버지는 말없이 바라보고만 계셨었고,
내가 안 쓰러지고 잘 타게 될때쯤.
별말 없이 딱 한 마디 하셨다.
“이제 자전거는 잘 타니까… 오토바이 배우자.”
그리고 덧붙힌 한마디..
"혹시, 사고로 죽을땐 혼자 죽어라. 친구들 태워 같이 죽지말고!!"
…네?
아버지, 저…
그때 아홉 살이었어요.
그날 이후, 동네 아이들은 나를 ‘전설’로 보았다.
오토바이를 타는 아홉 살이라니.
하지만, 제다로 발도 닿지않는..
그리고.. 말 안 통하는 클러치와의 전쟁,
시동 꺼질까 불안한 가슴을 안고 달리던 그 시절…
넘어지고, 울고,
그러다 어쩌다 달리게 되면서
나는 그렇게 ‘한 뼘’ 자라났다.
그때는 몰랐어.
왜 그렇게 밀어붙이셨는지.
왜 아홉 살 아이에게 오토바이를 쥐여주셨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버지의 방식이었고,
그만큼 날 믿으셨던 거겠지.
사실.. 아직 이해 안가지만.......
내 두 아들.
너희 아버지는 절대 스파르타 스타일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라. ㅡㅡ
그리고 한편으론,
가끔은 아버지가 그립다.
뒤에서 오토바이를 잡아주던 손,
무뚝뚝했지만 따뜻했던 그 말투가.
지금, 너희를 바라보며
나는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그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고맙다.
#그때그순간 #자전거배우기 #육아일상
#첫자전거 #아빠와아이 #아버지의기억
#아홉살기억 #스파르타아빠 #웃픈육아
#성장의순간 #감성에세이 #육아공감
#아이와함께 #자전거추억 #부전자전
'그때 그 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때 그 순간] 딸바보? 그건 나랑 상관없는 줄 알았다 (2) | 2025.04.05 |
|---|---|
| [그때 그 순간]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설명서를 읽는 중이다 (2) | 2025.04.04 |
| [그때 그 순간] 뜻도 모르고 흥얼거리던 노래 (0) | 2025.04.02 |
| [그때 그 순간] 지각이어도 괜찮아, 네 손이 따뜻하니까 (2) | 2025.03.31 |
| 그때 그 순간 [이건 우리 집만 그래?] – 왜 애들은 잘 때만 천사야? (0) | 2025.03.29 |